토종 씨앗의 역습

토종 씨앗의 역습

  • 자 :김석기
  • 출판사 :들녘
  • 출판년 :2018-01-25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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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의 조건과 환경에 맞추어 변화해온 토종의 ‘진짜’ 모습

이 시대에 요구되는 토종 씨앗의 진면목은 무엇일까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토종 씨앗의 재발견!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주체적인 우리의 삶과 문화

토종 씨앗으로 그 ‘가능성’을 심어보자!







“농업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1998년, 몬산토 캐나다 지사는 유전자변형된 유채 종자를 ‘불법으로’ 사용했다며 한 농민에게 4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 요구에 불응하자 거대기업은 급기야 소송을 제기했다. 한 농민을 상대로 한 거대 기업의 집요한 ‘권리 투쟁’이 시작됐다. 고령의 농민이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은 패소뿐이었다. 농민은 말했다. “그 낟알들은 수천 년 동안 전 세계 농부들이 좋은 것을 추려서 보존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며, 농부는 자기 밭에서 얻은 낟알을 다시 심을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한국농민신문〉)

원래 씨앗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 서로 나누는 것이었다. ‘누구네 집 호박, 콩이 좋다더라’ 하면 서로 좋다는 씨앗을 얻어다 나누어 심고, 그러다 어느 한 집의 농사가 잘되지 않으면 다시 자신이 얻어온 씨앗을 나누어 주었다. 씨앗은 일종의 ‘공유재’로서 누군가 독점적 권리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행위는 도둑질이나 다름없다.

씨앗의 권리가 그것을 심고 가꾸는 사람이 아닌 파는 사람의 몫으로 돌아간 지금의 현실. 다국적 기업들과 국가가 종자산업의 지식과 정보, 시장을 독점하고 농민은 최소한의 의미를 지닌 농산물 생산업자로 바뀌었다. 삶을 지탱하는 먹을거리를 하나의 상품으로서 유전자를 ‘개발’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먹거리와 생태계, 농업의 풍경은 제 모습을 잃어갔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키우던 종자가 다르고, 딸을 시집보낼 때 그 집의 종자도 함께 보냈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랫동안 생태/전통농업을 공부하며 농사지어온 저자 김석기는 “씨앗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고 갈무리하여 이듬해 다시 씨앗을 심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인간의 농업기술 및 생활문화에 대한 지식이 결합되어 있고, 농지를 둘러싼 주변 자연생태계와 작물을 중심으로 한 여러 동식물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토종 씨앗의 역습』을 통해 이러한 토종 씨앗의 가치를 재고하고, 토종 씨앗을 둘러싼 시대적 맥락의 변화, 정치적 역학관계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또한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토종 씨앗의 의미와 가치, 보존 방식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던지며 그것이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과제임을 역설한다. 그는 단순히 토종 씨앗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토종 씨앗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부수고, 토종 씨앗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 대해서는 거리를 둔다. 대신 토종과 신품종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과, 작물다양성을 구축할 수 있는 사회적 이해와 시스템의 변화 등 진정한 의미의 ‘생태계’에 대한 상상력을 요청한다.



우리는 왜 토종 씨앗을 지켜야 하는가?

토종 씨앗에 대한 출발은 제대로 된 질문에서부터

사실상 토종 씨앗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토종 씨앗과 관련하여 흔히들 하는 오해가 옛날 옛적 고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씨앗이 바로 토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작물은 세상에 없다고 단언한다. 한국이 원산지라고 일컬어지는 작물은 딱 하나, 바로 콩이다. 토종 씨앗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농부와 함께 자신의 유전자를 변화시키며 살아왔다. 이 부분을 간과하면 토종 씨앗을 한민족의 유일무이한 소중한 자원으로 치환하여 숭배의 대상”으로 삼게 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남은 ‘변이, 변종, 돌연변이’가 바로 토종의 성질이다. 러시아의 육종학자 바빌로프는 “농민들이 작물의 특정한 유전적 변이에 기울이는 관심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발전하고 이어져온 그들의 문화적 전통 속에서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농민들이 왜, 어떤 씨앗을 어떻게 선발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토종 작물의 유전자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또 지역마다 서로 다른 농업의 모습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토종 씨앗도 “인간의 목적에 의해 선발되고 계속하여 육종되어온 것”들이다. 따라서 저자는 토종 씨앗에 대해 우리 현실에 맞춰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토종이면 어떻고, 또 아니면 어떤가. 살아 있는 씨앗에 대한 권리를 독점하여 이윤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는 흐름에 맞서 토종 씨앗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과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 “어떤 씨앗을 재배하여 농산물을 생산하든지 그렇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뒷받침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저자의 통찰과 균형 감각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미덕이 아닐까.



우리 모두의 권리 ‘농부권’,

더 이상 농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토종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2008년부터 토종 씨앗을 수집하기 시작한 저자는 강화·울릉·제주에서 460점, 괴산에서 310점, 곡성에서 348점, 여주군에서 163점의 토종 씨앗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토종 씨앗들은 주로 여성들의 손에 지켜졌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농민의 지위는 낮은 수준이다. 여성농민의 지위향상은 ‘식량주권’과 관련해서도 중요하게 언급되는 부분이다.

식량주권은 “1996년 당시 세계 식량정상회의에 대항하여 개최된 NGO 세계포럼에서 비아 깜페시나(Via Campesina)라는 국제적 농민단체가 새롭게 만들어 주창한 용어이다. 그들은 현재 세계의 식량체계를 지배하고 있는 다국적 농업 관련 기업들과 농산물의 자유무역을 지원하기보다, 먹을거리를 생산, 분배, 소비하는 주체들이 식량의 생산과 분배 구조 및 그 정책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공유재로서 씨앗에 대한 관습적 권리를 보장하며, 소농과 토착민들이 자신의 씨앗을 사용, 교환, 육종, 선발, 판매할 수 있는 집단적 권리를 보증하는 씨앗 정책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그 의제가 변화했다.

사실 토종 씨앗과 관련되어 이어져온 우리의 모든 언어와 행동양식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농사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에 대한 지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식량작물의 씨앗은 국가에서, 채소와 화훼작물의 씨앗은 종자회사에서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농부권(Farmer’s Right)은 씨앗의 보전과 관련하여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농민과 그가 속한 지역의 공동체가 동식물의 유전자원을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개량하며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농민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비자들의 의식과 선호도, 생활조건에 변화가 일어나고 토종 씨앗을 보전하는 소규모의 농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구성체가 고민을 함께할 때 “생태계의 원리를 활용한 농업 생산방식이 확대”될 수 있고 토종 씨앗도 우리의 땅에 제대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량에 치우친 농업방식과 기울어진 경제소득을 개선할 수 있고, 날로 심각해지는 자연환경과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수 있으며, 더욱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 역시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의 건강한 삶 또한 이러한 환경 속에서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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