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

  • 자 :이택광
  • 출판사 :아트북스
  • 출판년 :2013-10-1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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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화폭 속에 그려낸 세상의 진리가

‘그림 읽기’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림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또 하나의 세계!




그림은 그저 바라보며 즐기기만 하면 되는 ‘아름다운 물건’일까? 그렇지 않다고 이 책의 저자는 단언한다. “그림은 조용히 벽에 걸려 있지만, 그 그림 속에서 우리는 소용돌이치는 세상을 본다.” 즉, 그림은 세상으로 열린 창이자 세상을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그러나 그림은 그리 녹녹히 세상의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세상은 그림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총 세 권으로 기획된 ‘그림으로 읽는 세상’의 첫 번째 책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는 인상파와 라파엘전파의 그림을 통해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근대를 읽는다.





모네와 밀레이를 따라 나서는 근대 탐험

그림을 읽으면 풍경은 사회가 되고 인물은 역사가 된다!




이 책의 주인공 라파엘전파와 인상파의 화가들은 동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방향이 서로 너무나 달랐기에, 이들을 비교해보려는 시도는 이제까지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이 두 가지 화풍을 잉태한 사회와 문화의 모습이 그림 읽기를 통해 입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근대성이라는 공통의 상황과 조건에 각기 다르게 대응했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림을 역사와 문화, 사회를 읽어낼 수 있는 풍부한 텍스트로 바라보게 된다.

전면 컬러로 인쇄된 도판과 본문에 나오는 화파, 인물, 시대배경 등을 자세히 소개해주는 팁이 있어 책읽기가 더욱 수월하다. 특히 인상파에 비해 국내에 덜 소개되어 있는 라파엘전파의 그림들을 풍부한 도판(컬러 95점, 흑백 10점)을 통해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문학자이자 대중문화비평가인 지은이의 맛깔스런 글맛은 덤!

근대로의 여행, 그 첫 번째 관문 「올랭피아」

1865년 3월, 파리의 〈살롱〉전에 한 점의 그림이 걸렸다. 벌거벗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여인의 초상은, “살결이 인도산 고무 같다”, “고릴라 같다”, “뼈나 근육이 없는 것처럼 흐물흐물하다”는 등 인신공격성 비난을 받으며 평론가들의 분노를 샀다. 표현 방식에서 당시 〈살롱〉에 흔히 출품되던 그림과 확연히 다르긴 했어도, 벌거벗은 여인을 그렸다는 것 자체는 그리 특이할 게 없었다. 왜 그들은 그렇게도 분노한 것일까?

그림의 주인공 올랭피아가 창녀라는 것은 그림에 암시된 여러 장치들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그림이 비난받은 진짜 이유는, 그 벌거벗은 여인이 노동계급을 빗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오직 사고파는 차원에서만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계급은 매음녀와 닮은꼴이었던 것이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삶의 풍경



그렇다면 인상파에게 그 이름을 선사해준 그림 「인상-해돋이」에서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제껏 몰랐던 사실이 드러난다. 저 멀리, 해가 떠오르는 풍경 너머에 삐죽삐죽하니 보이는 것은 바로 부두에 선 크레인들이다. 그저 해가 떠오르는 순간의 인상을 빠른 붓놀림으로 그렸다고만 알고 있던 그림 속에 실은 당대의 사람들이 숨 쉬고 살아가던 현장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모네가 그리고자 한 것은 자연의 인상이었겠지만, 그 자연은 이미 인간의 노동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본문 80쪽) 이것이 새로운 근대의 풍경이다.

이 그림에서 저자는 인상파와 파리 코뮌을 연결할 단서를 발견한다. 사실, 유명한 인상파 화가들 중 파리 코뮌에 직접 참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모네 같은 이들은 소란스러운 파리를 떠나 영국에서 은신했고, 인상파 화가들이 즐겨 그린 풍경은 파리 코뮌 이후 제3공화정이 지배한 파리였다. 하지만, 그들의 도피는 코뮌이 남긴 근대의 흔적, 패배의 상처로부터의 탈주였다. 끔찍한 과거를 빨리 잊고 코뮌 이전의 호사스러운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마음이,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같은 그림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 세상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될 중간계급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이 그림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근대를 거부했던 라파엘전파



이 책의 또 하나의 주인공, 라파엘전파의 그림에 나타난 근대의 모습은 어떨까? 라파엘전파가 활동한 1850년대의 영국 사회는 중기 빅토리아 시대로, 이때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산업혁명을 통해 이룩한 물질적인 부와 의회 민주주의의 정착으로 근대 정치 시스템이 확립된 ‘첨단’의 나라에서, 라파엘전파 화가들은 유독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부르짖었다.

라파엘전파를 옹호했던 존 러스킨은 정확한 묘사를 통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림을 ‘자연을 보여주는 창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초래한 근대의 병폐를 자연으로 회귀함으로써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연이 실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러스킨의 자연은 이미 ‘변질된 자연’이었다. 러스킨은 그림을 투명한 창문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림은 전혀 투명하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라파엘전파의 그림은 이런 러스킨의 예술 이념을 잘 보여준다. 말하자면, 라파엘전파는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근대 이전의 세계를 상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근대 산업사회와 시장 자본주의를 뿌리부터 거부했기에 급진적이긴 했으되, 현실에 개입하는 데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으로 읽는 근대에 대한 다른 태도



둘 사이에 공통점은 있었을까? 인상파와 라파엘전파의 화가들은 모두 여성을 즐겨 그렸다. 그러나 공통점은 여기까지. 풍경을 그린 데서 차이를 볼 수 있는 만큼, 이들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 또한 매우 달랐다. 라파엘전파가 여성을 통해 이상화된 미를 추구한 데 반해 인상파는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다분히 세속적이었다. 진정한 역사의 본질은 현상 너머에 있다고 본 라파엘전파의 여인이 현실세계의 여성과는 관계없는 이상화된 어떤 관념이었다면, 현상 자체에 본질이 내재해 있다고 생각해 명멸하는 일상생활의 현상을 화폭에 담고자 한 인상파의 여인들은 남성의 끈적끈적한 시선이 머무르는 대상이었다.

반면 그림 형식만으로 보자면 오히려 여성적인 것은 인상파였고 라파엘전파는 남성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인상파는 주제나 소재에 있어서는 남성의 시선을 고수했지만 오랫동안 고수되어온 (남성적인 시선인) 원근법을 해체하고 명멸하는 빛의 흐름을 부지런히 화폭에 ‘모방’하는 등 ‘여성의 기교’를 구현한 것이다.





‘근대성’이라는 키워드



이처럼 공통점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인상파와 라파엘전파를 하나로 묶어 읽을 수 있는 키워드는 바로 ‘근대성’이다. 인상파가 변화한 현실을 긍정하거나 현실에서 눈을 돌려 도피하려 했다면, 라파엘전파는 이를 철저히 부정하고 자신들이 상정한 과거의 이상을 좇으려고 했다. 그들이 그린 사회는 윌리엄 모리스의 『에코토피아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정직한 노동과 소박한 삶으로 자연친화적인 삶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본 이상적 사회였다.

인상파의 그림에서 우리는 중간계급의 현실도피적 성향을 읽을 수 있으나 그들은 형식적으로는 새로운 경지를 이루어냈다. 한편 라파엘전파는 자연을 화폭에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하면서 기괴하게 보일 정도의 묘사력만을 뽐냈을 뿐이다.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근대가 일부 사람들에게 가한 폭력적인 모습을 반대하고 이상적인 사회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상을 펼치기도 했다. 이것이 인상파와 라파엘전파가 자신들 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 근대에 대응한 분열된 모습이면서 동시에 근대성 그 자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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